2023.10.30
전날 힘들어서 밤 로사리오 기도에 참석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래서 체크인 전에 잠시 나가서 오전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미사 시간을 다시 확인했다. 이제 리스본으로 이동하면 되는데, 리스본은 비행기 때문에 들리는 곳이라 그리 여행을 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리스본으로 오후에 이동하고 오전에 미사를 한 번 더 보고 가자고 생각했다.
체크아웃을 하며 배낭을 맡길 수 있는지 물어봤는데, 맡아준다고 했다. 다행이다. 가벼운 몸으로 미사 드리러 갈 수 있겠다. 제일 맑은 날이었다. 그래도 내내 비는 안 왔지만(약간 흩뿌리는 정도만) 구름이 많은 날이었다. 그래서 문득 파티마 성모님이 구름 속에서 나타나셨다는 말이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되었다. 이렇게 구름이 많고 구름이 부푸는 곳에서는 성모님도 구름 속에서 나타나시겠다.
맑은 파티마 성지를 룰루랄라 즐겼다. 포르토에서 만난 따님과 그 부모님, 산티아고에서 만난 가족은 결국 만나지 못했다. 파티마가 그리 크지 않은 동네인데도 우리는 만나지 못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그들의 안녕을 기도했다.
그리고 미사. 파티마에 있는 성전 중에서 반쯤 야외와 같은 성전이 하나 있다. 이 성전에서 로사리오 기도도 시작되는데, 알고보니 이곳 바로 옆에 있는 큰 나무가 바로 성모님이 나타나신 나무였다고 한다. 그 성전은 성모 발현 성전 이었다. 이곳에서 미사 한 번 안 드리고 가면 섭하지. 일찍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미사가 시작되기 직전에 큰 배낭을 맨 아빠와 아이들이 왔다.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어느 길을 걸었을지 모르겠지만, 내 눈에는 너무 익숙한 순례 차림이었다. 그들은 다른 이들의 시야에 방해되지 않게 통로 쪽에 무릎을 꿇고 앉아 미사를 드렸다. 나의 눈길이 자꾸 그들에게 머물렀다. 나도 같이 배낭을 메고 그들 옆에 있고 싶었다. 순례 길에 다시 오르고 싶었다. 파티마로 나의 순례가 잘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가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미사를 드리며 성모님께 꼭 다시 배낭 메고 오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숙소로 가서 배낭을 찾았다. 다시 또 이동이다.
(이후는 리스본 편으로 이어집니다.)
https://maps.app.goo.gl/W6zNkD8X9tuXhKkF8
'세계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스본] 안녕, 리스본! (1) | 2024.06.11 |
---|---|
[파티마] 하루종일 뽈뽈뽈 (1) | 2024.04.16 |
[파티마] 호의로 가득 찬 파티마 (1) | 2024.04.08 |
[포르토] 만남 또 만남 (0) | 2024.04.04 |
[포르토] 무사히 도착할 수 있겠니~ (0) | 2024.04.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