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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영화

[비포 선셋] my heart will stay yours

by 혜.리영 2020. 5. 6.

 

 

    그러니까, 비포 시리즈를 처음 안 것이 '비포 선셋'이었다. '비포 선라이즈'의 스물네 살에 가까운 청춘을 지나가고 있던 나는 영화는 보지 않았지만 당시 줄리 델피가 부르 노래는 무척 좋아했다. 노래 자체로 참 좋아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더 좋아졌다. 스물네 살의 비엔나에서 9년이 지나 시작하는 '비포 선셋'이다.

    흔히 어릴 적 사랑이나 어릴 적 생각, 활동 등은 치기어린 일로 치부하기 마련이다. 어려서 그랬어, 뭘 잘 몰라서 그랬어와 같은 말로 말이다. 어려도 어리석어도 제시와 셀린은 그 순간의 진심이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치기어린 일로 지나가는 것이라면, 지금 두 사람이 다시 만나지 않았을 것이다.

    9년 전 비엔나에서 다시 만나자던 두 사람의 약속은 어긋나 버렸다. 그건 누구의 탓도 아니었고, 셀린의 말처럼 연락처를 교환하지 않은 어리고 어리석은 두 사람 탓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각자의 삶을 자기답게 열심히 살았다. '비포 선라이즈'를 보면서도 그 점이 참 좋았다. 제시와 셀린은 자기 생각과 마음에 충실한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두 사람답게 9년을 살았고, 그리고 여기 파리에서 다시 만난 것이다.

    제시는 스물네 살의 비엔나를 마음에 묻고 산다. 결혼도 하고 소설가로 이름도 알린다. 바로 그 비엔나 이야기로 쓴 소설로 말이다. 셀린 역시 사회운동가로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산다. 연애도 하며, 스물네 살의 비엔나를 마음 가까이 두고 말이다. 

    '비포 선라이즈'에서는 두 사람의 대화가 하나하나 모두 주옥같아서 빠짐없이 받아적고 싶었다. 그에 비하면 '비포 선셋'은 두 사람이 지난 시절의 기억을 어떻게 가지고 있는지 또, 다시 만난 지금 서로의 겹겹을 벗기며 속마음에 다가가는 모습이 보였다. 현실적이고 이상적이었다.

 

 

    '비포 선라이즈'에서 시가 두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고 열여주는 기폭제 같은 장치였다면, '비포 선셋'에서는 노래가 그런 역할을 한다. 앞서 말했듯, 영화를 보지 않고도 푹 빠져 나의 한 시절 매일 듣던 그 노래이다.

    두 사람은 서로 같은 듯 다른 기억으로 스물네 살의 비엔나를 가지고 있다. 9년이라는 시간과 서로 처한 환경이 바뀌었지만. 중요한 것은 여전히 두 사람의 마음이 서로의 곁에 있다는 것이다. 스물네 살의 비엔나가 9년이 지나 여기 파리에서까지 살아 있는 것이다.

    '비포 선셋'은 '비포 선라이즈'보다 더 현실적이지만, 더 이상적인 영화이다.

 

 

 

https://youtu.be/6jfoYwxnW9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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