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코로나가 막 커져가던 지난 4월이었다. 회사에 다니는 것 외에 다양한 활동을 하길 즐겨하는 나로서는 손발이 묶인 듯 답답함이 길어지는 때였다. 활동은커녕 밖에 나가기도 조심스럽던 그때에 뭐라도 할 수 있는게 있지 않을까 뒤적뒤적 찾던 때였다.
몇 년 전 복지관에서 일하는 친구 덕분에 녹음봉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코로나로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다가 카카오가치를 통해 속마음버스를 알게 되었고. 속마음버스에서 녹음 봉사를 기부 받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코로나로 모든 활동이 위축되던 때라 이걸 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우선 신청을 했다. 마침 그쯤에 동네방송국 팟캐스트 게스트로 나가며 한껏 말하는 것에 관심이 많아지던 때였다.
게스트로 나가서 읽었던 시를 다시 녹음하여 메일을 보냈다. 의외로 회신을 빨리 왔다 앞선 대기자가 많아 몇 개월 뒤에 연락을 주겠다는 회신이었다. 당장 할 수 없다는 아쉬움보다 나의 시도에 응답이 있다는 것이 좋았다. 몇 개월 후에 연락이 올지 안 올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때는 회신이 온 것으로도 참 감사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얼마 전에 전화가 왔다. 가슴이 뛰었다. 할 수 있다는 것에 설레었다. 나는 보기보다 에너지가 많아서 뭐든 해야 속이 풀리는 편인데. 지난 코로나의 시간에는, 물론 활동이 줄어 나에게 집중하는 좋은 면도 있었지만, 답답한 마음이 많았다. 할 수 있는 일이 생겼다는 것에 설레었던 것 같다. 직장다니는 것 말고, 가슴을 설레이게 하는 일. 그것이 나에겐 있어야 한다.
준비된 녹음 텍스트를 그냥 읽어보고 녹음도 여러 번 해봤다. 그리고 듣기에 가장 잘 됐다고 생각한 것을 보냈다.
코로나가 길어지며 계속 드는 생각은, 활동의 변화와 다양성이다. 나도 나이가 들어가며 하던 게 좋고, 하던 것만 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활동의 유연성이다. 더 간단히 말하면, '유연성'이다. 내가 놓인 상황을 탓하거나 그것에 매몰되지 말고, 유연하게 어떤 상황에서도 해나가는 것, 살아가는 것에 대해 새삼 생각해보는 코로나 시대이다.
여튼, 녹음 기부 잘 했다. 부족하지만 나의 목소리가 어느 시간에 도움이 된다니 좋았다. 또 기회가 닿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목소리로 마음에 닿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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