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자기만의 소울푸드가 있을 것이다. 영혼을 채워주는 정도는 아니어도, 이런 때에는 이런 음식 이렇게 떠오르는 것들 말이다. 나에게도 소울푸드가 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마음을 위로해주는 음식. 바로 뼈해장국이다.
뼈해장국이 나의 소울푸드가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좋아하는 음식 정도였던 뼈해장국이 나를 위로하고 채워주는 음식, 힘 내야할
대 힘이 되어주는 음식이 된 것은 3년 4개월 전 태국 꼬따오에 한 달 살이를 다녀오면서부터이다. 한 달 살이를 마치고 서울에 돌아와 제일 먼저 먹은 음식이 바로 뼈해장국이었다. 꼬따오이 있는 동안 음식 투정도 없었고, 한식이 그리워 입맛이 짧아진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평생 살며 먹은 음식맛은 내 혓바닥에 새겨졌는지. 한국으로 돌아와야 하는 날이 가까워질 수록 뼈해장국이 생각났다.의외였다. 좋아하는 음식이긴 했지만 즐겨 챙겨먹는 정도는 아니어서. 차라라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혹은 엄마가 끓여주는 오징어무국 정도가 먹고싶을 거라고 예상했었다. 대부분 한 달 살이 후기에도 김치 또는 김치찌개가 생각난다는 코멘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돌아오기 일주일 전부터 뼈해장국이 계속 생각났다.
얼큰하고 진득한 국물에 들깨가루 팍 풀어넣고, 뼈에서 고기를 살살 발라내고 흰밥을 푹 말아 시래기와 함께 후루룩 마시고 싶었다. 국밥은 후루룩 마시듯 먹는 묘미가 있지. 그러나 그때 짐도 풀지 않고 바로 갔던 식당의 뼈해장국이 너무 맛이 없어서. 나는 울며 뼈해장국을 먹었다. 서울과 다른 삶을 살고오니 다시 살아야 할 서울이 막막해서, 뼈해장국이 맛이 없어서 울었던 것이다.
이런저런 일을 마치고 계속 비가 내리기에 우산을 들고 나갔다. 빗속 산책. 빗소리를 사운드 삼아 지하철 한 정거장 정도의 거리를 걸었다. 집으로 돌아와야 할 반환점 정도의 자리에 순대국밥 식당이 있고, 뼈해장국이 있었다. 딸랑, 식당에 들어가 뼈해장국을 주문했다. 이번에도 맛이 없었다. 마음에 돌덩이가 있어서 입맛이 없었던 거라고 지금은 생각한다. 그러나 어쨋든, 뼈해장국은 맛이 없었고 나는 ‘맛이 없네’ 속으로 생각하며 후루룩 한 그릇을 다 비웠다.
어쨋든, 위가 다 차고 속이 든든해져서 였을까. 힘 내서 집에 가자, 돌아갈 힘과 기운이 생겼다.
맛이 있든, 없든. 사라진 입맛을 돌아오게 하진 못하지만. 꽉 막힌 마음을 피해 속을 든든히 채워주는 내 영혼의 음식은 맞는 것 같다. 속을 채워주는 나만의 소울푸드, 뼈해장국 한그릇 또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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