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늘 내게 밥 먹었냐고 묻는다. 뭘 먹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밥 먹었어? 내가 허투루 대답하던, 성심성의껏 대답하던 엄마에게는 중요치 않다. 밥 먹었어. 이 한 마디만 들으면 되는 것이다. 나의 엄마에게 끼니를 거르지 않았는지는 중요한 사안인 것이다.
그런 엄마가 가끔 밥 먹었는지 물어보며 구체적으로 집에 무슨 음식을 해놨다고 말하는 날은 꼭 그 음식을 먹어줘야 할 것만 같다. 이번에도 그랬다. 늦은 점심을 챙겨 먹어서 저녁 먹을 생각이 없었다. 엄마는 밥 먹었어? 라고 묻고는 대답을 할 새도 없이 저번에 산 돼지고기 양념해뒀는데 구울까? 하고 이어 말했다. 이건 나를 위해 준비해뒀다는 뜻이다. 저녁 이제 먹어야지, 답하면 엄마는 벌써 가스렌지에 불을 올리고 있다.
늦은 점심으로 배가 적당히 차 있었는데. 엄마가 해준 양념 돼지고기는 포슬포슬한 감자가 들어가 맛이 있었다. 어릴 적부터 엄마가 자주 해주던 그 맛이다. 다른 데는 없는 엄마만의 레시피가 있다. 오징어찌개, 간장 베이스의 겉절이, 삼삼한 양념에 버무린 돼지고기에 감자. 이렇게 엄마만 해줄 수 있는 음식들이 있다.
그런 음식은 배가 불러도 잘 먹게 된다. 추억이 입맛을 부르는 건지. 엄마의 맛은 멈출 수가 없다. 감자가 맛있어, 오랜만에 먹으니까 더 맛있어. 적당한 추임새를 넣으면 엄마는 신이나서 얘기를 꺼낸다. 감자 넣어봤더나 맛있더라, 양념이 잘 벴다, 시장 정육점보다 저쪽 아파트 상가 정육점 고기가 더 좋다, 거기만 가서 산다 등등.
주말 예능을 보며 엄마가 해준 음식을 먹으며 도란도란 얘기 나누는 저녁.
'매일이 지금'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만히 하루가 (010) (0) | 2021.03.31 |
---|---|
우연(009) (0) | 2021.03.30 |
뼈해장국(007) (0) | 2021.03.28 |
소주 한 잔(006) (0) | 2021.03.27 |
봄인 줄 알았는데 아직은 쌀쌀한 밤에(005) (0) | 2021.03.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