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다르니까. 나는 먼저 연락을 잘 못하는 편이다. 아니 정확히는 목적없이 연락을 잘 못하는 편이다. 주말에 만나자, 영화보러 가자 하다못해 요즘 날씨가 좋다 어떻게 지내? 등과 같은 안부도 목적이 되어 연락을 주저않고 먼저 잘 하는 편이다. 정정한다. 나는 나의 필요로 먼저 연락을 잘 못하는 편이다. 도와줘, 위로해줘, 함께 있어줘 등과 같이.
어제는 퇴근길에 오랜 친구의 경쾌한 안부 전화가 왔다. 그러나 나의 목소리는 그리 밝지 못했다. 요즘 내 속이 밝지 못하기 때문이다. 친구에게 재만 남은 속을 보이지 않으려. 짐짓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얘기했지만, 이내 들키고 말았다. 나는 요즘 힘들어, 평소와 달리 마음이 쉬이 풀어지지 않아. 나의 사정을 아는 친구라 조금더 쉽게 속이 나왔던 것 같다. 답이 없는 걸 알아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는데. 마찬가지로 답을 찾을 수 없는 친구와의 대화는 의외로 답이되어 주었다. 그날은 좀더 편히 잠들었다.
다음 날 친구에게 고맙다 톡을 보냈다. 친구는 이어 화창한 날씨의 벚꽃 사진을 보내주었다. 답은 없지만 날이 풀리고 꽃이 피었다. 여전히 답은 없지만 하루는 지나가고 있다. 가만히 하루가 마저 지나가길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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