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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지금

여전히 맑았다(047)

by 혜.리영 2021. 5. 7.


날씨가 마냥 좋아서 걷고 싶었다. 퇴근 후 고민을 하다 오늘은 걷기로 했다. 작은 가방에 지갑 하나 넣어 메고 나왔다. 걸으며 하루를 정리했다. 요즘 자주 하는 생각 중 하나는, 이걸 블로그에 써야지, 이걸 글로 남겨야지. 그러나 막상 쓸 때는 그게 무엇이었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휘발된 것은 그런대로 그리 중요하지 않거나 혹은 느낀대로 날아가고 말아도 되는 것이겠지. 하늘이 높고 맑았다. 걸으며 노을이 지는 것을 보았다. 해변이나 산 등과 같이 자연에서 보는 노을과 다르지만. 탁 트인 대로변을 걸으며 도로를 따라 뚫린 하늘길의 노을을 보는 것도 꽤 운치있다. 나름대로의 도시뷰이다. 파도가 일렁이듯 구름이 몽글거렸고, 파도가 부서지 듯 노을이 짙어졌다. 누군가에게 연락해도 좋을 하늘이라 생각하면서, 누군가를 떠올리지 못하는 나를 한심해 했다. 걸어도 아직 해는 지지 않았고 길은 이어져 있었다. 걷고 걸어 횡단보도 앞에 이르러 사이렌 요란하게 구급차가 지나갔다. 누군가의 안전을 빌며, 횡단보도를 건넜다. 사람 사는 일상과 번화가의 흥겨움이 엉켜 있는 길을 걸으며, 다시 또 누군가에게 전화 하고 싶었지만. 마찬가지로 누군가를 떠올리지 못했다. 나에게는 나를 막는 브레이크가 있다. 때로는 커피 필터 처럼 향긋하고 따뜻한 것만 내려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공항의 검색대처럼 삐비빅, 나를 막아 세운다. 내가 그렇다. 마저 길을 걸어 집으로 향했다. 어느새 사위는 어둑해졌고 하늘은 여전히 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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