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행을 좋아하고 어디든 자주 나다니는 편이다. 동생둘은 그보다는 덜한 편이다. 그렇다보니 우리가 함께 여행을 가거나 당일로 소풍을 가거나 잠깐 만날 때도 늘 내가 먼저 식당, 카페 등을 권하는 편이다. 기존에 알던 곳 또는 새로운 곳을 찾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어렵지 않은 일이다. 또 그렇게 찾아낸 곳에 가서 맛있게 먹고 편안하게 즐긴다면 더 행복한 일이다.
어려운 경우라면 이런 것이다. 딱히 원하는 것이 없는 것. 가봐야 알지, 땡기는 게 없어 등과 같이 모호한 요구가 있을 때는 난감해지는 것이다. 제일 좋은 것이라면, 'OO동에 있는 플라워 카페가 있대. 가는 김에 거기 가볼까' 또는 '점심에 닭갈비 먹었으니 저녁에는 한식 먹자' 등이다. 물론 내가 많이 다녔고 좋은 곳을 아니까 먼저 제시하고 같이 가자 하면 되지, 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도 한두 번이지. 동생둘뿐 아니라 어디서든 먼저 잘 권하는 편이긴 하지만, 나름 그 점에서 조심하기도 한다.
'상대의 시간을 더 기다렸어야 하는 걸까. 취향을 공유하기도 전에 제시한 건 아닐까. 나의 경험이 상대의 취향과 같지 않을 수도 있는데, 괜찮을까.'
이런 생각이 길어지면 이렇게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제시했으니 내가 주도 해야 하나. 갔다가 취향에 맞지 않아 미지근한 반응이면 어쩌지. 좋다, 맛있다 등 너무 기대감만 키우면 부담인데.'
마음이 조심스러워 지는 것이다.
이건 무엇의 탓도 아니고, 서로의 경험과 성격이 다른 일이니 그러려니 한다. 동생둘 또한 나에게 가끔씩 '맡겨봐'하고 말하기도 하니까. 둘도 늘 내가 먼저 나서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그것으로 됐지. 처음부터 끝까지 '맡겨봐' 하는 날을 기다려본다. 그 날을 위해 나도 서로의 다름을 기다려주는 연습을 더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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