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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지금

자책하며 잠드는 밤(070)

by 혜.리영 2021. 5. 30.


하루종일 일. 다음 날은 동생둘과의 여행. 유독 그런 날이 있다. 똑같은 업무가 똑같은 분량으로 주었는데도. 버겁게 느껴지는 날. 그런 날은 하루 중에 뭔가 하나 오류가 나기 마련이다. 되도록 데미지가 없는 곳에서 오류가 나길 바랄 뿐이다.

무사히 업무를 마쳤다. 이전에는 늘 막판에 문제가 터져 나의 주말근무 퇴근시간을 늦추곤 했는데. 이번에는 모든 게 안정적이었다. 그래서 더 이상했다. 업무가 무난하게 잘 되었다는 것은 다른 곳, 내 삶의 어떤 곳에서 오류가 날 것이란 말이다. 그래도 업무를 안정적으로 무사히 마치는 날도 흔치 않기에. 안심 반 걱정 반 반반의 마음으로 정리를 하고 미사 드리러 나갔다. 미사를 드리면서도 무난하고 안정된 마음이 계속 됐다. 그런 날은 강론도 좋아서 미사에 흠뿍 머무르게 된다.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와 룰루랄라 하루를 마무리 하려는데. 섬광처럼 번쩍 떠오른 생각 하나! 오늘은 연수 신청일이었다. 성당 청년단체에서 비대면 연수를 시작하였고, 봉사자인 내가 연수에 참가할 그룹원의 온라인 신청을 해야하는 것이다. 아뿔싸! 이미 시간은 훌쩍, 반나절이 훌쩍 지나간 후였다. 부랴부랴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신청은커녕 이미 대기까지 모두 마감이었다. 이럴수가......

오랜기간 청년단체 활동을 하며 이런 일은 처음이라 꽤 난감했다. 무엇보다 연수에 참가할 그룹원의 기회를 못난 봉사자가 막아세운 꼴이라 더더욱 미안하고 어쩔 줄 모르는 마음이었다. 상황을 확인하고 바로 그룹원 언니에게 전화를 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다행히 언니는 이해해주었다. 그럴 수 밖에 없음을 알기에, 상황을 받아들여주는 언니에게 무척 고마웠다.

우려되는 일 없이 무난한 하루다 싶었다. 아뿔싸가 숨어있을 줄이야. 결국 자책하며 잠드는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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