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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지금

밥벌이(069)

by 혜.리영 2021. 5. 29.


대다수가 그렇다 또는 직장인은 그렇다, 라는 식의 말을 하진 못하겠다. 나는 그렇다. 나는 회사에 다니고, 직업을 갖고, 돈을 버는 일이 밥벌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꿈과 업을 일치시키는 사람이 몇 이나 될까. 나의 기준은 늘 텔레비젼인데. TV에서 꿈을 이룬 사람들의 얘기를 하는 것은 그것이 흔하거나 대다수가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TV는 늘 대다수가 겪는 흔한 것에는 관심이 없다.

나에게도 월급을 받는 일은 밥벌이이다. 한때는 무엇이 되고 싶고, 무언가 이루고 싶은 마음도 컸으나. 어느 때에 좌절을 겪고 손을 놓았다. 내 힘을 노력하는 것과 별개로,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을 겪고나니 모든 것을 포기하는 냉소적인 무기력을 겪은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회사 생활이었다. 낯설었지만 주어진 시간에 주어진 몫에 성실하려 노력했다. 보기에 모자람이 있었을지언정 노력하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하루를 채우고, 한 달을 채우다보니 어느새 십년이 훌쩍 넘었다. 밥벌이 생활을 언제까지 해야지, 하고 일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리한 일상이 되는 밥벌이니까.

회사를 다니며 새로운 나의 가치, 나의 모습도 많이 알아갔다. 새로운 업무를 익히는데 나는 잠깐 혼자의 시간이 필요하다. 주어진 업무를 내 스타일대로 변환해서 입력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또 인정이 필요하다. 마냥 1등을 하고 싶다, 제일 잘 나가고 싶다, 우수한 사원이 되고 싶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애초에 경쟁에 익숙치 못해 뒤쳐지는 사람이다. 다만 내가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성실하게 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는 이가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흔히 '알아주길 바라고 일하냐'는 말을 하기도 한다. 나는 알아주길 바란다. 칭찬 받고 싶은 마음과는 다른 것 같다. 알고 있어, 내가 너 알고 있어 라는 마음이면 충분한 것이다. 나는 스스로 잘 하는 편이지만, 알아주는 이 있으면 지치지 않고 꾸준히 잘 하게 된다. 또 나는 남의 얘기에 관심이 없다. 이건 애초에 학창시절에도 그랬다. 도통 가십과 같은 이야기에 흥미가 없었던 것이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보니 정보가 제일 느렸고, 멀뚱이 짝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다행히 그런 것에도 별 영향을 받지 않는 편이라 무던히 지나갔다. 회사는 결국 일하는 곳이니까, 업무가 제일 우선이지 싶지만. 그래도 나는 한 팀에서 함께하는 사람들이 우선이었으면 한다. 서로 으쌰으쌰해서 힘을 내길 바라는 것이다.

이렇게 유독 회사 얘기를 주절주절 하는 것은, 하루동안 내내 회사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아니 이건 하루동안의 생각은 아니다. 올해 들어서면서부터 나를 괴롭게하는 생각이었다. 십년 동안 일을 하면서 이런 고비 없었겠냐마는, 이렇게 짙게 오래가는 적은 처음이다. 시간이 지나도 가시지 않는 것을 보면 이것이 '고비'가 될지, '계기'가 될지 더 깊이 생각해봐야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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