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서 물어봐야지 싶은 마음이 들었다. 혼자 생각하고 추측하다가 결론 내리지 말고, 직접 물어보자고 생각한 것이다. 촌각을 다투는 급한 일도 아니고, 중요한 일도 아니라고 마음을 가라앉힌 것이다. 그러나 정작 물어봐야할 당사자를 만나지 못했다. 그래서 사연을 알 만한 다른 사람에게 건너 물어보고 말았다. 앞서 말했듯 급한 일도 아니고 중요한 일도 아닌데, 왜 그리 꼭 확인해보고 싶었을까 싶었다.
미사를 드리다가 오늘의 마음이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서운했던 것이다. 내가 들은 얘기가 사실이라면, 나는 서운한 마음이 들어서 그랬던 것이다. 서운하고 싶지 않아서, 물어보고 확인해보려고 했던 것이다. 추측으로 결론을 내려서 그냥 서운해하고 말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짐작과 추측보다는 단정하게 상대에게 물어보고 얘기를 듣고 싶었다. 추측으로 서운해지면 결국 그 서운함은 상대에게 향하게 된다. 확실하지 않은 것으로 타인에게 감정을 씌우지 않고 싶었다. 또 무엇보다 내 마음을 잘 알고 그대로 두고 싶었다.
나는 서운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들은 얘기만으로도 이미 서운했던 것이다. 서운하다가 섭섭해지고 그러다가 마음이 떠날까봐, 우선 확인하고 싶었나보다. 그래도 들으면 잘 이해하는 편이니, 당사자에게 들어보자 싶었던 것이다. 쓰고나니 뭔가 거창한 것 같지만 사실 소소한 일이다. 그러나 또 마음은 이렇게 소소한데서부터 틀어져서 조심스럽기도 했던 것이다.
다행히 다른 이에게 전해들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파악되는 상황이었다. 또 나도 모르고 있던 내 마음을 알아차려서인지 더 이상 궁금하지 않았다. 마음 속에 물음표가 계속 있었던 것은 내 마음을 내가 잘 알아채지 못해서 였나보다. 감정을 잘 내색하지 않고 표현하지 않는 편인데, 그렇게 살다보니 내가 나 자신에게도 내색하지 않는 때가 있어서. 나부터. 내가 나부터 잘 알아주고, 또 내가 나에게 잘 표현해주자고 했다.
요즘 TV에서 마흔사춘기라는 말을 하던데. 나의 이 백일도 그렇게 시작했던 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마흔사춘기를 지나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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