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적 투덜이 심한 편이다. 누구나 자기만의 속대화가 있을 것이다. 마음 속 말, 나 혼자 생각으로 말하고 마는 말. 그 속에서 나는 투덜이다. 걱정이 많고 우려하는 마음이 앞서는 버릇 때문에, 일단 투덜거리고 보는 것이다. 투덜거리면서도 할 건 해야한다는 걸 알아서 겉으로 드러내진 않는다. 겉으로 드러내지만 않을 뿐이지, 속으로는 투덜투덜, 궁시렁궁시렁.
그런 나는 나만 알고 있는 나이다.
그리고 요즘은 섭섭이가 새로 생겼다. 뭐가 그렇게 섭섭하고 서운한 게 많은지. 원래 나는 잘 삐치는 편이다. 이 역시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아서 그렇지, 속으로 나 혼자는 삐치고, 질투 나고 그런다. 특히 질투는 나의 힘, 이란 영화 제목처럼 질투는 나의 힘이었다. 주로 너도 하니까 나도 당연히 할 수 있지, 나라고 못할 소냐 유형의 질투이다. 질투의 마음이 타인을 향한다기 보다 질투의 마음이 나를 더 움직이게 하는 편이다. 그래서 이것 또한 내 속의 나, 나만 알고 있는 나이다.
최근에는 뭐만 하면 서운한 마음이 핑- 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걸까, 전에는 잘 모르던 감정을 새로 자주 만나고 있는 걸까. 나를 빼두고 두 친구가 만났다고 하면 서운해 진다. 만나기로 한 날 나는 이미 다른 선약이 있어 참석할 수 없던 상황이어도, 일단 서운해진다. 동생이 엄마하고만 공유하는 얘기들에도 서운해 진다. 결혼한 두 사람이 소통할 수 있는 부분이라 나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걸 알면서도, 일단 서운해진다. 내가 가능한 상황이 아니어도 일단 나를 빼고 뭔가 한다고 하면 서운한 것이다. 마치 어릴 적, 나 빼고 놀지마, 나 두고 가지마 하는 것 마냥. 마음에서 나 서운해, 하는 소리가 자꾸 들린다.
그래서 요즘은 시간내서 내가 나와 잘 놀아주려 노력하고 있다. 올해 들어 노닥거리며 카페에 있지도 못하고, 폼으로 들고다니는 책장 몇 장 넘기지 못했다. 괜히 카페에 가서 몇 줄 읽다 말고 딴짓하고 마는 카페 독서 좀 해주고. 뭐 사지도 않을 거면서 당장 구입할 것처럼 코엑스 한 바퀴 구경도 해야하는데. 올해 들어 그러지 못했다.
나를 형성하고 있는 공동체들이 하나 터지고 가라앉고, 하나 터지고 가라앉고. 마치 불 붙은 활화산이 서로 불길을 옮겨주는 것처럼, 쉴 틈 없이 터져댔다. 내 자신이 아닌 것들에 스트레스 받느라, 내가 서운했나보다 싶은 것이다. 이렇게 항상 ~하는 것이다고 짐작하며 글을 쓰는 것도. 확신이나 단정이 아니라, 지금 그렇게 생각이 든다고 말하는 것이다. 내일이면 다르게 읽을 수도 있고, 모레면 또 맞게 읽을 수도 있는 나이다.
서운하다고 말하는 나와 짬을 내서 놀아주면 되겠지. 내가 나와 노는 시간, 내나노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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