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튼이 있다. 퇴근 후에는 절대 누르고 싶지 않은 버튼. 회사, 업무 버튼이다. 이전에 썼던 글에서도 밝혔듯이 나는 밥벌이를 하는 사람이다. 물론 그렇다고 일을 대충하는 사람이란 뜻은 아니다. 아니 어쩌면 내심 딱 밥벌이 정도로만 일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기준은 각자 다르니까, 여튼.
그래서 되도록 퇴근 후에는 나를 회복하는 것을 하며 지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내가 아닌 것에 의해 버튼이 눌릴 때가 있다.
막내와 즐겁게 통화를 하다가, 나의 일상이 궁금한 막내의 질문이 이어졌다. 별일 없었어, 늘 같아. 내가 자주 하는 답변이다. 밥벌이 직장인의 평일 일과가 뭐가 특별할 것이 있을까.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랬고, 내일도 그럴 것이다. 그냥 그래, 똑같지 뭐. 매번 답변은 다르지 않고 그때마다 나는 할 일을 하지 못한 사람처럼 주눅이 든다.
여느 날처럼 그런 답변으로 얼버무렸다. 그러나 가끔 크넌니(막내가 부르는 애칭이다)가 궁금한 막내가 몇 번 더 물어볼 때가 있다. 마지 못해 말을 꺼냈다. 오늘도 힘들었고, 일은 많았고, 맨날 우리 팀은 지적만 받고 있어. 그러다가 뒷골이 땡겼다. 그만. 멈추지 않으면 스트레스로 꾹꾹 눌려 뭉쳐있던 것이 기분이 되어 튀어나올 수 있다. 오늘은 일이 힘들었어, 내가 많이 힘들어서 오늘은 그만 통화하자. 나의 기분을 눈치 챈 막내가 응응, 하며 서둘러 전화를 끊어줬다. 되도록 전화를 먼저 끊는 편이 아닌데, 이렇게 끊어야 하는 것이 안쓰러웠다. 그러나 그 순간에는 멈춰야 했다.
밥벌이를 멈출 수 없지만, 오래된 밥벌이에 지친 것도 사실이다. 내가 나만 책임지면 되니까, 더 내키는 대로 마음대로 살자고 생각하지만. 산다는 것은 생각처럼 쉬이 되지 않는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그래서 대단한 것이다. '나'에 대해서 자꾸 생각해본다. 완벽한 서울내기인 내가, 서울에서는 잘 되지 않지만. 그래도 이렇게 계속 생각해본다, '나'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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