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여행에서 이어집니다 :)
https://riyoung.tistory.com/398
2023.10.26
포르토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일찍 일어나 준비했다.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왔고, 이른 시간에 방을 나와 공용 공간에서 잠시 기다렸다. 너무 이르게 나갈 필요는 없기에, 조금 여유를 갖기로 한 것이다. 어제 버스투어를 함께 한 분들도 일찍부터 공용 공간으로 내려와 있었다. 나와 같은 날 포르토로 이동하는 분도 계셨는데 나보다 버스 시간이 늦어 더 여유가 있었다.
인사를 나누고 아직 캄캄한 아침, 빗속으로 길을 나섰다. 터미널까지 걸어가야 하기에 조금 걷다가 길을 다시 확인하러 폰을 꺼냈는데. 뭐지? 왜이러지?? 데이터가 끊겼다!
태국부터 시작해서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는 e심을 사용했다. 서울에서의 내 전화번호 그대로 사용하고 데이터만 받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갑자기 왜 먹통이 되었는가 ㅠㅠ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우선 전날 봐둔 길을 기억을 더듬어 아는 길까지는 걸어갔다. 이틀 전에 SI언니와 산티아고 시내까지 걸어왔던 게 도움이 되었다. 아는 길까지는 기억을 더듬어 걸어왔지만 문제는 이 다음이다. 이제 내가 모르는 길을 가야만 하는 순간이 왔다. 그때까지도 폰은 먹통이었다. 폰이 먹통이 되니 길 찾는 것은 물론이요, 번역 어플도 사용할 수 없었다.
그래도 어떡하랴, 부딪혀야지.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산티아고 터미널 어느 쪽이냐고 물어봤다. 내 폰이 먹통이라고 보여주니 모두들 길을 알려주었지만 생각보다 길이 쉽지 않았다. 걸어가려면 몇 블록 몇 블록 꼬불꼬불 가야했던 것이다. 몇은 구글 지도로 경로를 찍어 보여주었다. 나는 양해를 구하고 그 화면을 찍어 길을 찾아 다녔다. 모두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또 한 번 고마웠다. 다행히 나는 방향 감각과 공간 지각 능력이 좋은 편이라 경로를 찍은 사진 만으로도 충분히 찾아 갈 수 있었다.
무사히 산티아고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시간은 여유 있었고 나는 잠시 한숨 돌렸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버스는 무사히 탄다고 하지만 포르토에 도착해서도 폰이 계속 먹통이라면 숙소를 어떻게 찾아가야 할까. 걱정하며 버스에 올랐다. 그리고 몇 번 껐다 켰다 하다보니, 됐다!! 정말 기적적으로 포르토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폰은 다시 살아났다. 고맙다 고마워 ㅠㅠ
버스는 한참 달려 포르토에 도착하고, 포르토에서 나는 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버스는 숙소 바로 앞에서 섰다. 아직 체크인 시간 전이라 짐을 맡겨두고 MJ와 KS언니를 만나러 갔다. 아직 두 사람은 다른 곳에서 식사하는 중이라서 나도 가까운 식당으로 들어가 밥을 먹었다. 이제야 먹는 첫끼. 그리고 포르토는 그동안 내내 흐리고 비만 왔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도착한 날부터 활짝 게었다. 맑게 게었다~
두 사람은 내가 식사를 하는 식당으로 왔고, 아직 화이트 샹그리아를 마시지 않았다고 해서 추천해줬다. 추천! 화이트 샹그리아 정말 쵝오!! 그리고 우리는 와이너리 투어를 하러 갔다. 와이너리 투어가 이렇게 재밌을 일인가. 우리는 순례객과 여행객 사이의 사람이 되어 와이너리 투어를 하고 길을 걸었다. 그리고 잠시 헤어졌다가 다시 저녁 먹으러 만나기로 했다.
나는 짐을 찾아 체크인 하러 갔다. 이번에 잡은 숙소는 도루강변에 위치했다. 창문을 열면 바로 도루강과 동루이스 다리가 보이는 곳으로 정말 숙소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아려고 뷰가 좋은 숙소를 잡았다. 40여 일간 매일 돌아다니는 하루를 보냈더니 이제는 좀 한 곳에서 진득하게 지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지냈을까? ㅎㅎ
짐을 풀고 조금 일찍 KS 언니를 만나러 전망대 수도원으로 갔다. 여전히 아름다웠다. 이 저녁을 또 보고 싶어서 포르토에 왔지. 야경을 보고 내려오는 길에 빗방울이 심상치 않았다. 점점 굵어지더니 후두둑 굵은 비가 멈출줄을 몰랐다. 우리는 제일 가까운 맛집을 찾아 들어가서 저녁을 먹었다. 이제 KS언니는 리스본으로 이동한다. 나도 며칠 후에 리스본으로 가는데 그때 만날 수 있으면 보자고 인사했다. MJ와도 포르토 있는 동안 서로 시간 되면 또 보기로 하고 헤어졌다. 우리의 인사는 늘 다시 만나지 못할 사람들이 다시 만날 것처럼 인사를 했다.
비는 신기하게도 짙은 밤이 되자 그쳤다.
산티아고에서 폰이 먹통되서 조바심 내며 포르토로 오던 아침이 꼭 엊그제 일 같던 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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