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은 늘 월요일이다. 어디를 가 있더라도, 회사 메신저에 로그인을 하는 순간 그저 그곳은 일터일 뿐. 정말 신기한 일이다. 사내 메신저 로그인 매직. 이렇게 꼬다오의 두번째 주중 근무를 시작했다. 이쯤에서 이곳 꼬따오에 오게 된 계기를 얘기 해야겠다.
외근이나 외부 미팅이, 출장 업무가 많은 회사라면 불가능 할 지도 모르겠다. 디지털 노마드. 회사에서 디지털 노마드를 실행해보고자, 그 첫번째로 꼬따오 한 달 해외파견근무 모집을 지난 10월에 실시했다. 인터넷 속도 나쁘지 않고, 한 달 살이에 조용하고 한적한 이 곳으로. 나는 꼬따오라서 왔다기 보다, 타국에서의 한 달 살이에 끌려 신청했다. 몇 년 전 동남아 국가에서 한 달 살이를 하고자 계획을 세웠다가, 이러저러한 일로 접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퇴사였다. 입사도 힘들지만 퇴사도 쉽진 않다. 물론 퇴사를 못하겠어서 한달살이를 접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것 말고도 다른 이러저러한 일들이 있어서 결국 한달살이의 꿈을 접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퇴사하지 않고도 회사에서 한 달 살아보라고 보내준다니. 꿈 같았다. 내가 될지 안 될지도 모르지만, 이런 기회가 왔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 온 하느님의 배려 같았다. 어디로 가는 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타국에서 한 달 살아볼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내게 큰 설렘으로 다가왔다.
해외파견근무 신청 접수에 사내는 수근거렸다. 그러나 명쾌하게 신청하겠다, 간다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본래 성격이 여기저기 물어보거나, 말하고 다니는 편은 아니어서. 정말로 한 달 타국에서 살 수 있을까 몇 번 곱씹어 생각한 후. 한 번 해보자는 생각에 다다랐을 때, 먼저 엄마에게 말했다. ‘얼른 신청해, 다른 거 생각말고 갔다와’ 엄마의 말에 왈칵 눈물이 날 뻔 했다. 주저없이 나만을 생각하며 살던 내가 어느 때부터인가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아지고, 머뭇거림이 잦아졌다. 무조건 가라는 엄마의 말은 고단하고 위축되었던 나를 위로해주었다. 그 다음으로 팀장님에게 말하여 팀 업무 특성상 해외파견이 가능한지 확인을 받고. 그 후에 이사님, 사장님에게 해외파견근무 신청 의사를 전달했다.
그렇게 여기 와 있다. 꼬따오가 어딘지도 모르고, 다이빙, 오픈워터가 뭔지도 모르고 시작한 첫 주. 하루하루가 지나며 다이빙이 재밌을 것 같고, 꼬따오가 아름답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다이빙이 재밌고, 꼬따오가 아름답다고 확신하게 되면 아마 한 달이 끝나 돌아가야 할 때이지 않을까.
여튼, 그렇게 월요일이 시작되었다. 이곳에 함께 파견근무 온 타팀 직원은 오전 근무를 마치고 오후는 카페로 나가서 업무를 봤다. 나는 선뜻 그러지 못했다. 카페의 상황이 어떠할 지 모르고, 비교적 조용한 곳에서 일은 일답게 하고 싶은 마음 탓이었다.
월요일은 속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점심을 굶으려 생각했었다. 그러나 함께 지내고 있는 다이빙 강사님이 본인 점심으로 짜파게티를 끓이며 내 것까지 한 그릇 담아 주었다. 적당히 익은 김치와 함께. 마지못해 한 입 먹었는데, 맛있다. 그리운 맛이다. 분명 오전 내내 속이 좋지 않았는데, 익숙한 짜파게티와 김치 몇 조각이 내 속을 편하게 해 주었다. 업무가 끝난 시간이 되어 강사님은 바이크 타고 나가서 먹자고 했다. 강사님이 함께 지내는 동안 종종 강사님 바이크에 셋이 몸을 싣고 다니기도 했다. 같이 있던 일행에게 연락했다. 저녁을 이미 먹어서, 좀더 후에 만나기로 했다.
강사님은 나를 태우고 매핫 선착장을 지나 조금 먼 곳으로 갔다. ‘아시안 무드’ 김치찌개를 파는 아시아 식당이다. 일식을 기본으로 하는데, 주인이 전에 한식당에서 일한 적이 있어 김치를 담글 줄 안다고 한다. 직접 담근 한국식 김치로 만든 김치찌개. 감자 고로케와 김치찌개 그리고 비빔국수는 말할 수 없이 맛있었다. 얼큰한 국물이 속으로 들어가자 위와 장이 반갑다고 날뛰는 것 같았다. 이 날은 꼬따오에서 지내는 동안 단 하루 가진 유일한 ‘한식데이’이다.
식사를 마치고 일행에게 연락하여, 중간에서 만났다. 강사님은 우리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며 ‘뷰포인트’로 갔다. 따오섬의 한 중간에 있는 산 중턱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뷰가 멋있었다. 멋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한 밤에 가서, 까만 하늘과 바다 밖에 보이지 않았다. 대신 수많은 별이 머리 위로 가득 흩뿌려져 있었다. 저 많은 별을 이제야 보다니. 그동안 내내 태풍으로 흐린 꼬따오의 하늘은 구름 뒤로 저렇게 많은 별을 숨기고 있었다. 이후부터 먹구름이 걷히고 날이 풀리자 그 많은 별을 꽤 자주, 종종 볼 수 있었다. 뷰포인트까지 가는 길은 심한 업다운힐이다. 중간에 우리는 내려서 바이크 먼저 언덕을 오르고, 우리는 걸어서 가기도 했다. 바이크가 없는 우리로서는 택시를 부르는 것 외에는 올 길 없는 곳이었는데. 강사님 덕분에 와 볼 수 있었다. 낮에 맑은 날 다시 올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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