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했다고.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피로가 몰려왔다. 상쾌하게는 아니더라도 스르륵 눈이 떠지는 아침이면 좋았을텐데. 피곤에 푹 절여진 채로 잠에서 깼다. 맑은 바람과 원활한 혈액순환으로 붉게 달아오른 얼굴은 어제의 것이다. 아침부터 아니 아마도 잠에 빠진 깊은 밤부터(어쩌면 그 이전부터?) 피로가 찾아와 함께 있을 줄이야.
하루종일 겪은 피로감에 따른 증상들을 틈틈이 검색해봐도, 결과는 스트레스다. 이런 저런 병명이 나오지만 그것은 내가 진단할 수 없는 것이고. 가장 확실하게 진단할 수 있는 유일한 원인. 스.트.레.스. 만병의 근원이 나에게 온 것이다.
감정의 후폭풍을 겪는 편이다. 어떤 사건이 나를 사로잡았다 놓아주면, 그 때에 겪었던 감정들이 뒤늦게 밀려오는 것이다. 사건을 겪는 그 순간에는 이성적으로 사건을 마주하느라 감정은 뒷전에 두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꾸 감정의 후폭풍을 겪게 되었다. 파도가 밀려가듯 사건은 다 지나갔는데 그 후에 밀린 감정을 온전히 맞아야 한다. 그것은 이성적으로 사건을 마주하는 것보다 백배 천배는 힘든 일이다.
이제는 피로마저도 후폭풍으로 오는가보다. 지난 3월부터 겪은 마음의 부침으로 진 주름들이 이제야 좀 살살 펴져간다고, 마음 하나둘 놓아가고 있는데. 밀린 피로감이 나를 사로잡았다. 제때 와서 한꺼번에 몰아쳐 겪었다면 나는 남아나지 않았을 거다. 감정도 피로도 뒤늦게 오는 것이 어쩌면 다행일지도. 피로감에 골골대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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