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병원에 다녀오고 마음이 놓여서 그런가. 쉽게 잠에 든 날이었다. 올해 들어서며 회사도, 가족도 여러가지로 겹쳐 오는 일들에 스트레스가 쌓이고. 잠을 설치는 날이 하루이틀 늘어갔다. 잠을 설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어떤 날은 몸도 정신도 말똥말똥 하여, 시계침만 째깍째깍 바쁘게 움직인다. 또 어떤 날은 몸은 피로에 쩔어 젖은 솜처럼 무겁기만 한데 잠이 오지 않는다. 몸이 괴로워 잠자리에 누워도 눈이 감기지 않는 것이다. 불면의 밤은 힘들기만 하다. 책을 읽어도, 유투브를 뒤적여도. 잠이 올듯 하여 재빨리 자리에 누우면 그새 달아나 버린다.
본래 나는 머리만 닿으면 잠드는 편이다. 불을 켜놔도 잘 자고, 백색 소음을 넘어선 그냥 소음에도 잘 잔다. 자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잠자리에 누우면 그냥 잠드는 것이다. 잠자리 가리는 것도 없고, 마음만 먹으면 잘 자던 내가. 이렇게 잠을 설치는 날이 하나둘 손에 꼽으며 늘어난 것은, 그만큼 나이를 하나둘 들어가면서 이다. 힘든 일을 머리와 마음에 담지 않고 훌훌 털어내고 지나가는 편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며 그렇게 털어지지 않는 일, 감정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깊이 힘들고, 깊이 괴로운 일들을 겪게 된 것이다.
마음도 괴로운데 잠도 못 들면, 그건 정말 고역이다. 잠을 못자게 하는 것이 왜 고문기술이 되는지 스스로 체험하는 꼴이다. 그동안 잠들지 못하던 날들이 괴롭고 억울했나보다. 쉽게 잠이 든 날을 떠올리며, 얼마나 잠들지 못했는지를 쓰고 있다. 참 오랜만에 어떻게 잠들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쉽게 잠에 든 밤. 이제 이렇게 쉽게 잠에 든 날이 하나둘 손에 꼽으며 늘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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