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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루르드] 루르드는 멀구나

by 혜.리영 2024. 1. 1.

 

23.09.10~11
프랑스 첫 방문은 시골마을 루르드로...

 

정말 제목 그대로 루르드는 멀었다. 앞서 태국 여행을 마치고 하마터면 프랑스행 비행기를 놓칠 뻔했다. 00시 몇 분의 비행기였는데, 00시라는 낯선 시간에 그만 날짜 계산을 잘못해서 다음 날 출발인줄 알고 여행 일정을 짰던 것이다. 다행히 꼬따오를 떠나기 전날 마지막 밤에 불현듯 생각이 떠올라 급히 해당 시간을 다시 검색하며 알아본 결과, 프랑스로 떠나는 비행기는 내가 꼬따오를 떠나는 바로 그날, 자정을 넘긴 다음 날 시간이었던 것이다. 꼬따오를 떠나는 배도, 춤폰에서 방콕으로 들어가는 버스도 지연되지 않는다면 다행히 늦지 않을 시간이었다.

그러나 방콕에서도 피해갈 수 없는 퇴근길 교통체증에 갇혀있다가 간신히 버스에서 내렸다. 하필 비까지 오는 날. 처음에는 방콕 카오산로드에서 공항까지 가는 버스를 알아보았으나, 이미 늦었다. 보이는 택시를 바로 타려고 했는데 택시도 보이지 않았다. 참 이상하게도, 급하게 그랩을 잡으니 눈 앞에 택시가 나타났다. 일단 택시에 올라타고 그랩 택시는 취소했다. 그리고 택시 기사에게 계속 나 늦었으니 공항 빨리 가달라고 얘기했다. 내 딴에는 재촉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아마 택시기사 입장에서는 제촉하는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간신히 공항 도착! 그러나 아직 미션이 하나 더 남았다. 서울로 택배를 보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여유시간이 있을 거라 생각해서 프랑스로 떠나기 전에 태국에서 쓰던 물건을 한국으로 보내려고 생각하며 짐을 쌌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우체국부터 찾았다. 하필 공항 일부 구역 공사로 우체국은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았다. 정말 냅다 뛰어서 우체국에 도착! 무사히 택배를 부치고 나서야 발걸음이 여유로워졌다.

시간도 여유있었다. 넉넉한 마음으로 프랑스행 비행기 탑승구로 갔다. 탑승이 조금 지연되고 무사히 비행기에 올랐다. 이제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프랑스다.

 

파리 샤를드골 국제공항 · 95700 Roissy-en-France, 프랑스

★★★★☆ · 국제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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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골공항이다. 프랑스 첫 방문이다. 낯선 언어에 조금 위축되었지만, 지금 그걸 생각할 게 아니었다. 간신히 탑승한 비행기는 1시간 연착되었고 나는 내 배낭을 위탁수화물로 보내서 짐을 찾을 때까지 시간이 걸렸다. 이게 왜 문제가 되냐면...나는 곧바로 착착착 이동해야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는 루르드행 기차표를 예매했기 때문이다.

결과는 뻔했다. 도움을 청해봤지만 다들 기차 시간 내에 드골공항에서 몽파르나스 역까지 가는 건 무리라고 알려줬고. 나는 마음을 내려놓고 짐을 기다리며 루르드행 기차표를 변경했다. 그리고 숙소에도 늦게 도착한다고 연락했다. 그러나 차라리 잘 된 일이었다. 태국에서부터 마음 졸이며 온 탓에 내내 긴장이 풀리지 않았는데, 긴장감 가득한 채로 갔다면 아마 며칠은 앓아 누웠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https://maps.app.goo.gl/uCPVmfkAAkfznEVd6

 

Gare Montparnasse · 17 Bd de Vaugirard, 75015 Paris, 프랑스

★★★★☆ · 기차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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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파르나스역까지 가는 길은 우리 지하철 역 찾는 것과 비슷했다. 다행히도 안내가 잘 되어 있었다. 길이 조금 헷갈려서 고민하다가, 번역기를 돌려 지나가는 이들에게 물어보면 모두 친절하게 알려줬다. 번역은 프랑스어로 돌려서 물어봤다. 번역기가 제대로 전달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라도 우리나라에 온 외국 여행객이 한글로 번역기 돌려서 물어보면 정말 성심껏 알려줄 것 같아서 프랑스어로 번역해서 물어봤다.

몽파르나스 역에 도착해서, 루르드행 기차 시간까지는 한참 기다려야 했다. 대부분 많은 이들이 여기서 파리 시내에 나갔다 온다고 들었다. 그러나 내가 갔던 그 쯤에는 시위가 있던 때였고 또 나는 어깨에 짊어진 배낭 무게도 아직 낯설어서 파리에 나가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언젠가 파리 여행을 위해 와서 그때 실컷 보자는 마음으로 아껴둔다 하고, 몽파르나스 역사 안에서만 시간을 떼웠다.

(이 얘기를 듣고 모두들 파리에 잠깐이라도 나가보지 그랬냐며 안타까워했다. 나도 뒤늦게, 역 앞이라도 잠깐 나가볼걸 그랬나 싶었지만 그때 내 심정으로는 그냥 역 안에서 있는 게 최선이었다. 이렇게 아쉬운 마음을 두었으니 다음에 파리 여행하러 프랑스 가겠지.)

기다리던 루르드행 기차가 왔다. 기차 타는 길도 순탄치는 않았다. 열차 번호가 애매해서 여기가 맞나, 맞나? 하며 찾아다녔다. 어디선가 열차 대기 시간이 짧다는 말을 들어서 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애매하지만 여기인가 싶어서 열차에 올라타서 자리표를 찾아갔다. 자리는 비어있었고 무사히 앉았는데, 그래도 혹시 몰라서 근처에 있던 프랑스인에게 이 열차표 자리가 여기가 맞는지 물어봤다. 그는 친절하게 여기가 아니라고 말해줬다. 내가 탄 열차보다 더 뒤로 가야한다고. 메르시~ 고맙다는 말을 몇 번 하고 얼른 내려서 해당 칸으로 또 뛰었다. 도착부터 내내 우여곡절의 연속인 기분이었다. 자리에 앉고 옆 자리에는 어르신이 앉았는데, 단정한 옷차림에 구두, 오래된 가죽가방이 멋스러워보였다. 가는 길에 종종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셨는데 2G폰이었고 메모장을 꺼내 폰에 있는 내용과 확인하셨다. 나도 나이가 들면 폰보다는 메모장을 더 쓰게 될까.

 

 
 
 

빠르다는 떼제베를 타고 가는 길인데도 몽파르나스 역에서 루르드까지 5시간이나 걸렸다. 배낭을 뒤편 짐칸에 넣어두고(혹시 몰라 끈을 짐칸 봉에 묶어뒀다. 휙 빼가지 못하도록) 편히 자려고 했는데 잠이 안 왔다. 시차 때문인지, 긴장감 때문인지 쉬이 잠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차창 밖 프랑스의 풍경은 너무 아름다웠다. 그 옛날 유럽의 화가들이 그리던 풍경이 눈앞에 살아 지나갔다. 그들의 그림을 보면 흔히 말하는 이국적인 낯선 풍경이라 했다. 그런데 기차는 내내 그런 풍경이 끝없이 펼쳐진 곳을 달렸다. 그들은 자기들의 일상을 그린 것이구나. 그런 풍경이 다섯 시간이나 펼쳐졌다. 프랑스 참 크구나...루르드는 정말 시골이구나 싶었다.

 

https://maps.app.goo.gl/UYmGv9zVAyvcHLCU7

 

Gare de Lourdes · 프랑스 65100 루르드

★★★★☆ · 기차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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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때까지도 내가 알지 못하던 것이 있었으니 바로 일몰 시간이었다. 루르드 역에 저녁 7시 넘어 도착이라서, 나는 이미 해가 뉘엇뉘엇해진 서울의 시간만 생각하고 캄캄한 때 도착하겠네, 어떡하지 했는데. 웬걸! 프랑스는 8시 넘어서 일몰이었고 내가 도착한 9월 초는 아직 해가 길어 저녁 9시까지도 환했다. 세상에!

내가 늦게 도착하게 되었음에도 숙소 주인인 모니카는 나를 데리러 와줬다. 모니카는 첫인상부터 너무 좋았다. 내가 태국 여행을 하고 왔다는 얘기에 어린아이 같이 웃으며 거북이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다. 나는 모니카에게 태국에서 찍은 거북이, 물고기 영상을 보여줬다. 정말 아이처럼 좋아하며 거북이 영상을 자기에게도 보내달라고 했다. 모나키의 호의에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그때 나는 거의 24시간 동안 세상의 모든 교통수단을 연달아 다 타고 이동한 상태였다.

 

매핫피어 -  - 춤폰 - VIP버스 - 카오산로드 - 택시 - 수완나폼공항 - 비행기 - 드골공항 - 공항열차 - 몽파르나스역 - 떼제베 - 루르드 - 모니카 차

 

https://maps.app.goo.gl/6no7XENy7gQw2Vgj9

 

Hotel Villa Plaisance · 1 Rue Notre Dame, 65100 Lourdes, 프랑스

★★★★★ ·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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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르드에서 묶은 호텔 플레장스는 오래된 호텔인데, 낡았다는 느낌보다는 곱게 늙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호텔이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이 지역 숙소들이 대부분 오래되어 비슷하다고 한다. 다른 곳은 가보지 않아 비교할 수 없지만, 호텔 플레장스는 아직 멋을 유지하고 있는 호텔 같아 보였다.

호텔은 딸 모니카와 아버지(성함이 생각 안 난다 ㅠㅠ)가 운영하는 곳이다. 주로 모니카가 예약과 픽업 등을 하고 아버지는 조식 및 점심, 저녁 식사 서빙과 여행객의 안부를 맡고 있다. 정말 유쾌하신 아버지 덕분에 많이 웃고 또 잘 쉴 수 있었다. 여튼. 도착하자마자 너무 지쳐서 나는 간단한 먹을거리라도 줄까, 라는 모니카의 말에 다 풀린 눈으로 나는 피곤해, 피곤해만 연발하며 그대로 배정받은 방으로 들어가 기절했다.

이렇게 루르드의 첫날, 아니 이동의 날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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